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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지혜
  • 작성일2024/10/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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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최근 재난, 높은 자살률, 폭력 등이 계속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의 결과 또는 원인 중 하나로 정신 건강 문제가 언급된다.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켜 주는 것, 정신 건강의 면역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각종 매체에는 정신 건강에 대한 권고, 조언, 십계명이 넘쳐난다. 그런데 방법을 알아도 실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신체의 질병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는 정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정신 건강 위기를 겪었던 나라들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정신 건강을 위한 예방주사는 회복력과 연결감이 핵심이다.
회복력이란 번지 점프를 할 때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힘이다.
앞선 나라들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 의사소통, 관계 맺기, 스트레스 대처, 폭력 대처 그리고 정신 건강 리터러시(문해력) 등을 가르친다.
정신 건강 리터러시는 정신 건강을 이해하고 말하고 쓰고 도움을 구하는 능력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불안한지, 우울한지 아는 능력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우울한지 불안한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증상이 심해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또는 수면, 식욕 등 외부로 문제가 드러날 때에야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관심이 늘 밖을 향해 있거나 온갖 생각으로 가득해 마음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지 않다.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마음 상태를 알아야 한다. 내 마음 상태를 잘 알아야 돌보는 일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약간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마음의 공간이다.
잠시 멈추어 자신이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몸의 감각부터 시작해 기분과 감정 그리고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첫 단계다.
몸의 감각이야말로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몸의 감각을 살피는 것은 마음 상태에 몸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알아차림을 돕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마음 챙김’이다. 최근에는 정신의학에서도 역설적으로 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의 호흡과 몸의 감각 알아차리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마음뿐 아니라 존재 자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건강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때로 ‘Doing mode(행동 양식)’에서 ‘Being mode(존재 양식)’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충만하게 삶을 느끼고 존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정신 건강 리터러시를 키워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교육을 통해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갖게 되면 의학적 치료 가능성을 알게 되고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정신 건강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예방주사는 연결감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72년간 실시한 성인 발달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 보고가 있다.
노년에 행복한 사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된 공통적 요소 중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중년에 이르기까지 맺어 온 인간관계였다.
가족, 형제, 친구 등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뿐만 아니라 그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 노년의 외로움은 뇌에도 독이다. 바로 치매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론 알고 지내는 모든 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오늘 당장 소중한 누군가에게 전화해 따뜻한 말과 친절을 보여 주자.

정신 건강을 위한 세 번째 예방주사는 부정 편향성에서 벗어나기다.
삶은 좋은 것과 나쁜 것, 쓴맛과 단맛으로 혼합돼 있다. 행복감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삶의 모든 순간을 보다 충만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우리 삶에서 긍정적인 경험과 특질들을 찾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진화론적으로 ‘문제’에 초점을 맞추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멍을 때린다’고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디폴트 네트워크는 항상 과거와 미래의 문제를 찾아 헤매고 있다.
심리적으로 부정적 감정은 찍찍이 테이프처럼 강하게 붙어 있고, 긍정적 감정은 코팅된 프라이팬을 미끄러지듯 지나가 버린다.

헬렌 켈러는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우리는 닫힌 문을 너무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새로운 문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실제적 방법 중 하나가 음미하기다.
음미 즐거운 경험을 인지하고 자신을 그 속에 빠지게 허용하며 그것과 함께 머무른 뒤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음미하기 긍정적 정서 및 회복력과 연관된 뇌 부위의 활성을 증가시킨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예로 음미하며 걷기와 음미하며 음식 먹기를 추천한다.
땅을 디딜 때 느껴지는 발바닥의 감각. 몸에 와닿는 부드러운 바람과 풀 냄새, 아름다운 풍경,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마음을 활짝 열고 느끼며 걷는다.
차 한 잔을 마실 때도 손에 느껴지는 따뜻함, 차의 향기, 혀에 닿는 맛,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 그리고 목을 넘어가는 감각까지 흠뻑 느껴 본다.
이런 긍정적인 감각과 정서에 머무르는 단순한 즐거움이 우리 마음의 면역을 높인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해볼 수 있는 쉬운 방법 아닌가.


   *  컬럼   : 곽영숙 <국립정신건강센터장>
   *  출처   :<월간 로타리코리아> 2023년 11월호(http://www.rotarykorea.org/rk_magazine/1281730)